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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향 맞춘 북한 '전위거리' 공연…가사 바꾸고 떼창 유도

김정일 시대 대표곡들 '랩 버전' 편곡…가사에서 '김정일' 지우기도
"청춘 주제 공연, 새 시대 이미지 연출"…점차 서구화 지적도

[편집자주]

'전위거리' 준공식 기념공연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북한 가수들.  (조선중앙TV 갈무리)
'전위거리' 준공식 기념공연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북한 가수들.  (조선중앙TV 갈무리)

북한이 최근 '전위거리' 준공식 기념공연에서 과거 김정일 시대 선전가요들을 대폭 편곡해 무대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의 취향을 잡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점차 서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통생통사 강동완TV'를 통해 지난 14일 열린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 기념공연을 분석해 "김정일 시대에 불렀던 노래를 새로운 버전으로 바꾸어 놨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정일 시대 대표적인 노래인 왕재산경음악단의 렴청이 부른 '사랑하자 나의 조국'과 보천보전자악단의 김광숙의 노래 '청춘들아 받들자 우리당을' 등이 연주됐는데 기존 곡에 비해 마치 '랩 버전'처럼 빠른 템포의 신나는 분위기로 편곡됐다.

'사랑하자 나의 조국'의 경우 가사도 바뀌었다. 기존 곡에서 '김정일 장군님의 품이여'라는 가사가 '한없이 은혜로운 품으로'로 수정됐다. 수정 시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김정일'이라는 선대 최고지도자의 이름을 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공연 문화도 이전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수들은 무대 위에서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를 관객들에게 돌리며 적극적인 호응을 유도하고 관객들도 야광봉을 흔들며 이에 맞춰 떼창으로 화답하며 공연을 적극 즐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달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 기념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새 찬양가요인 '친근한 어버이'는 공개된지 불과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따라 부를 정도로 널리 퍼진 모습이었다.

북한의 공연은 최근 몇 년 사이 점차 화려하고 세련미가 더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무대는 한층 더 파격적인 연출이었다는 분석이다.

강 교수는 "청춘과 새 세대를 주제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굉장히 빠른 곡으로 다 편곡을 했다"라며 "이것을 같이 즐기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대를 맞는다는, 혹은 마치 김정은과 김주애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가 접어들었다는 이미지를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14일 진행된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14일 진행된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한편으로 이같은 변화가 결국에는 '서구식', '남한 따라 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부 문화에 노출된 청년들의 사상 이완을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바뀐 이들의 취향을 잡기 위한 북한의 노력이 점차 서구화된 형식의 음악과 공연을 쫓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2023 신년 경축대공연'에서 나온 노래가 한국 유명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 교수는 "북한의 공연이 마치 한국의 콘서트에서 부르는 것처럼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변화하고 있으며 남한 문화에 젖어 든 그 취향을 북한 당국이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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