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타피오카 전성시대'

[편집자주]

전호제 셰프. © News1

개인적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음식을 했던 경험에서 보면 전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소스의 농도를 내는 데 사용할 가끔 쓰고 이마저도 버터와 밀가루를 볶아 만든 루(roux)를 쓰곤 했다.

한국에 와서 일했던 프랑스 식당의 일본인 셰프님이 타피오카로 빵 지 케이주(Pão de Queijo) 만드는 걸 보여주셨다. 이는 브라질에서 아침으로 먹는 치즈빵이라고 한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타피오카 전분과 밀가루를 섞은 후 뜨겁게 끓인 우유를 넣어가면서 익반죽한다. 쫄깃한 식감을 위해서 뜨거운 반죽을 나무 주걱으로 잘 섞고 여기에 계란 한 개씩 넣어가면서 마무리 반죽을 해준다. 마지막으로 잘 갈아놓은 파마산 치즈를 섞어준다.

이렇게 만든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어 오븐에 구워내면 겉은 바삭하고속은 찰진 치즈빵이 완성된다. 우리가 먹던 쫄깃한 깨찰빵의 원조라고 한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많은 날이면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바쁜 점심 영업을 마치면 피로감이 한순간에 몰려오곤 한다. 이럴 때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타피오카 펄이 들어간 음료이다. 쫄깃한 타피오카 펄은 가벼운 요기도 되고 음료도 마실 수 있어서 좋다.

타피오카는 카사바라는 뿌리식물에서 채취한 전분을 말한다. 카사바의 원산지는 브라질로 이 뿌리식물을 갈아내어 가만히 두면 녹말이 남는다. 예전에는 옥수수, 감자, 고구마에서 전분을 채취했는데 타피오카는 점점 사용량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일단 다른 전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또 한편으로는 타피오카 특유의 찰진 식감을 살린 음식들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 그렇다. 음료나 디저트에서 시작된 인기는 마라탕의 분모자 등 이국적인 음식에도 타피오카 바람이 불고 있다.

마치 세대를 구분하는 바로미터처럼 요즘 세대는 좀 더 쫀득하고 쫄깃한 식감에 빠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라탕, 디저트 등 요즘 젊은 세대의 선호 메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타피오카 펄은 건조, 냉동 두 가지 타입으로 나온다. 먼저 건조된 것은 물에 살짝 불렸다가 끓는 물에 데치고 나서 찬물에 헹구어서 준비한다. 냉동된 펄은 해동 후 살짝 데치고 바로 찬물에 씻어 식힌다. 그런 다음 음료에 넣어주면 된다.

내가 만들고 있는 베트남 음식의 중요한 식재료에도 타피오카가 빠지지 않는다. 쌀국수는 건면과 냉동면이 있는데 모두 타피오카 전분이 원료로 사용된다. 쌀에는 쫄깃한 식감을 낼 수 있는 글루텐이 적어 면으로 만들 때 타피오카를 넣는다고 한다.

라이스페이퍼는 매우 얇게 만든 쌀피인데 여기에도 타피오카가 사용된다. 우리가 짜조라고 하는 베트남식 만두를 만드는데 이렇게 얇으면서도 잘 말리고 튀김에도 잘 터지지 않는다.

전세계로 보면 타피오카는 남미와 동남아에서는 중요한 식량자원이었다. 요즘엔 비싼 감자전분 대신 한국 음식에도 자주 사용되곤 한다. 매콤한 매운탕, 감자탕에 넣어 먹는 수제비는 이제 가공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수제비의 원재료를 잘 살펴보면 타피오카가 사용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식 중 하나인 잡채는 원래 고구마전분을 사용한다. 요즘에는 찰당면이라고 하여 타피오카 전분을 넣어 더욱 탱글한 식감을 낸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지역특산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강원도 감자빵이라는 것이 있다. 겉모양은 감자와 똑같이 만들고 속에는 으깬 감자가 들어가 있다. 이 감자빵 겉부분의 깨찰빵과 유사한 식감은 타피오카에서 나온다.

다만 모든 음식엔 적당한 양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쫄깃한 식감을 주는 전분은 칼로리가 높은 편이니 야채류를 많이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또 쫄깃한 식감이 아무래도 단맛과 잘 어울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설탕 섭취도 늘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서 모두 쫄깃한 타피오카 음식으로 초여름의 더위를 이겨내시길 바란다.
연관 키워드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