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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마통도 바닥"…경영난 병원들 '여름 파산' 몰려온다

의료공백 장기화…상급병원도 급여 중단 고려할 상황
"지원금 들어오면 플러스 됐다가 월급 주면 마이너스"

[편집자주]

 2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5.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2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5.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복귀 데드라인이 지났지만 의료현장에 돌아온 전공의들이 극소수에 불과하자 정부도 의료계도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의대 교수들은 이번 사태가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업무 부담 완화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들은 경영 악화로 올여름을 넘기기 힘들 거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는 658명(21일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전공의 수 1만 3000여 명의 약 5% 수준이다.

이에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오후 7시 온라인 총회를 열고 사태 장기화 대책을 논의한다. 의료공백 사태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갈 거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도 나름의 대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사태 초기부터 해왔던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해 나간다. 공중보건의, 군의관을 추가 파견하고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경증 환자를 이송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또 전공의들에게 의존해왔던 수련병원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진료지원(PA) 간호사 인력의 양성화·제도화를 추진하고 나아가 '전문의 중심병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책들로는 당장의 의료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파견돼 있는 공중보건의, 군의관도 547명에 불과하고, 전문의를 채용해 전문의 중심병원까지 이르게 하는 것도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비율이 40%이던 병원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몇 명의 전문의를 뽑아야 하느냐"며 "전문의 중심병원 말은 좋지만 따져야 할 것도 많고 지금 당장 채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는 이런 대책들이 당장 병원의 경영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병원들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1285억 원 규모의 예비비와 매달 건강보험 재정 1882억 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금액으로는 모든 병원들의 경영난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2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5.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2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5.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병원들은 지금 이 상태로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을 올여름 즈음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지금은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가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 대학병원들은 전공의가 떠난 이후 하루 평균 10억 중반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40일간 5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 추세라면 현재 석달 넘게 이어지는 의료공백으로 인해 한 병원당 약 1100억 원의 적자를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병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모자란 자금을 충당하고 있지만 이 또한 오래가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1000억 원 한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놓은 상급종합병원의 병원장은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돈이 들어오면 플러스가 됐다가 직원 월급 주면 다시 마이너스 됐다가 그런 상황으로 버티고 있다"며 "지금은 마이너스 통장을 쓸 때도 있고 안 쓸 때도 있는데 이게 점점 고갈돼 가고 있어서 다음달부터는 계속 마이너스 통장을 써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8월까지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정부에서 미리 당겨주겠다고 하는 것도 있는데 될지 모르겠지만 그 돈이 들어오면 조금 더 버틸 수는 있을 것 같긴 하다"고 했다.

이 상급종합병원뿐만이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A의료원의 경우 지난달 30일 의료원 원장이 직원들에게 "당장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도 "진행하던 사업 등도 모두 중단하고 비용 다 줄이고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지금 모든 병원들이 근근이 딱 연명하는 정도로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편을 하라고 하는데 대형 병원들은 파산할 것"이라며 "아마 여름, 가을부터 파산할 거다. 지방에 조금 작은 상급병원은 여름부터, 대형 병원들은 가을부터 파산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경영 악화는 단순한 문제로 봐선 안 된다. 병원 신규 인력 채용은 물론 병원과 관련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규 간호사 채용도 미뤄지고 있다. 간호사 공채 모집은 보통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진행되는데, 주요 대학병원이 5월 중순부터 채용공고를 내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중앙대병원이 지난 8일 채용공고를 낸 것 외에 다른 병원들은 감감무소식이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특정 분야의 상시 채용은 모르겠지만 간호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이번에는 중앙대병원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적어도 내년 2, 3월까지는 모든 수련병원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병영 경영 악화로 폐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나라 대학병원이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그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 인력 채용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보건의료계가 그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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