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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의 IT프리즘]인증제도를 이용한 해외직구 규제

[편집자주]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지난 5월 16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인천공항 세관에서 주재한 국정 현안 관계 장관 회의에서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받지 않은 어린이 제품 34종과 전기·생활용품 34종, 가습기용 소독·보존제 등 생활화학제품 12종 등 80종에 대한 해외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발표된 것으로 이 방안의 주요 정책목표는 크게 소비자 안전 강화,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구제 강화, 기업 경쟁력 제고이다. 특히, 소비자 안전 강화를 위해 국민 안전·건강 위해성이 큰 제품은 안전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하고 또한 해외 플랫폼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가품을 차단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원래 이 정책이 추진된 이유는 최근 해외직구가 급증하면서 유해 제품 반입 증가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계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을 이용하는 한국 소비자가 늘면서 위험하거나 유해한 제품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해외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로 인해 국내 플랫폼은 물론 소상공인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으며, 해외직구 물품은 인증도 받지 않는 등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국내 업체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그러나 정책 발표 후 저가 제품 구매가 불가능해진 소비자들의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발표 3일 만에 소비자 선택권을 고려하지 않고 불편을 끼쳤다는 이유로 KC 안전 인증 해외직구 규제 방침을 철회하였다.

해외직구, 즉, 해외 직접구매란 국내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을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가 직접 주문하여 구매하는 것이다. 인터넷과 온라인 쇼핑몰의 발달로 해외 제품을 쉽게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술적 배경이라면, 환율의 차이, 관세 면제, 대량 생산 등의 이유로 해외 제품 가격이 국내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은 것이 경제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국내에 판매되지 않는 해외 브랜드, 신제품, 한정판 등 다양하고 희소성 있는 제품 구매가 가능한 점이 해외직구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한편 인증(Certification) 제도란 대표적인 기술규제 수단으로 제품·서비스·공정 등이 규정된 요건, 즉, 기술기준에 적합함을 인증기관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평가하여 이를 보장하는 것이다. 한국의 KC 인증, EU의 CE 인증, 미국의 UL 인증, 중국의 CCC 인증이 그 예이다.

인증제도는 제품 및 서비스의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하여 소비자 보호에 기여하며, 기업으로서는 제품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국가 간 안전 및 품질기준을 조화시키고 상호 인정함으로써 무역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한다. 다만,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불필요한 인증제도는 비관세 무역장벽이 되어 자유무역을 훼손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인증은 법적 근거 여부에 따라 법정 인증과 민간 인증으로 나누어지며, 법정 인증은 강제성 여부에 따라 의무 인증과 임의 인증으로 구분된다. 의무 인증은 국민 안전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 개별법에 의거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인증이다.  

KC(Korea Certification) 인증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제5조,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 제17조에 따라 전기용품, 생활용품, 어린이 제품을 대상으로, 해당 제품과 생산설비 등의 안전성을 인증하는 의무 인증 제도이다. 2009년 부처별로 다른 13개 인증마크를 하나로 통합해 국가 통합 인증 마크를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유통·판매되는 제품은 반드시 KC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다만, 해외직구 제품은 KC 인증이 필요 없으며, 관세청 등 일부 기관에서 위해성을 확인해 국내 반입을 차단하고 있다.

연간 해외직구 이용 건수는 1억 건이 넘어 안전성 검증에 물리적 한계가 있다.

정부는 해외직구에 대해 KC 인증을 도입하여 소비자 안전 보장, 해외직구 감소 내지 해외 기업의 인중비용 추가로 인한 국내 유통업체 및 소상공인 보호 등의 긍정적 정책효과를 기대했다.

즉, 해외 플랫폼에 대해 인증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소비자 안전을 도모하려고 했다. 마치 미국이 틱톡 규제법, 일본이 행정지도를 통해 자국민의 안전과 산업을 보호하는 것처럼 한국도 인증제도를 통해 이들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던 것으로 기본적으로 문제 인식과 정책 방향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KC 인증의 강제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되어 결국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는 부정적 효과를 간과했다. 즉, 제품 안전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미인증이라는 이유로 국내 소비자들의 제품 구입이 불가능해지거나, 지금보다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면 소비자의 후생이 침해될 수 밖에 없다.

저렴한 가격에 큰 문제 없이 사용하던 상당수 전기·생활용품 등의 반입이 제한될 가능성 때문에 소비자의 여론이 격앙되었다. 안전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KC 인증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세련되지 못한 정책이었다.

다만, 여전히 정부로서는 국내에 수입되는 해외직구 상품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는 역할과 또한 해외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에 맞서 국내 유통산업과 제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 이런 정책목표를 포함해 안전하면서도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고려하여 좀 더 신중한 정책추진을 기대한다.

또한 정부는 정책 입안 시 일반 국민의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정책목표 간의 조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탈세계화와 보호주의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 커머스 시장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다만,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해외직구 상품이 아닌 국내 상품을 구매하도록 국내 제조업의 가격,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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