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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안락사에 대한 오해와 편견[기자의 눈]

강형욱 반려견 레오로 촉발된 안락사 논쟁
수의사도 트라우마로 고통…왕진, 불법 아냐

[편집자주]

강형욱 훈련사의 반려견 레오의 생전 모습.(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강형욱 훈련사의 반려견 레오의 생전 모습.(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지난달 26일 [강형욱이 쏘아올린 '안락사'…"죄책감은 그만, 주변 차가운 시선 극복을"] 기사가 나가고 수의사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다. 

안락사. 평소 하고 싶은 말이지만 가슴에 담아두고 입 밖으로 쉽게 꺼내지 못하는 단어였는데, 담담하게 잘 정리해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물론 기자 듣기 좋으라고 한 칭찬이란 걸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을 채우고 있던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최근 안락사 기사를 쓰게 된 계기는 강형욱 훈련사의 반려견 레오 주치의의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형욱 훈련사는 최근 직원들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돼 도마에 올라 있다. 초반 여론이 강 훈련사의 TV 속 비친 모습과 전혀 다른 인성 논란으로 분노에 차 있을 즈음, 자칫 강형욱 훈련사를 두둔하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는 수의사의 제보가 사실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 수의사는 레오의 안락사 과정을 제보하면서 강 훈련사의 다른 모습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강 훈련사의 개인적인 문제는 잘 모른다"며 "다만 레오를 직접 진료했던 수의사로서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기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고 안락사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락사를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편안하게 보내주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의사가 안락사를 얘기했을 때 공감했다. 기자 또한 몇 년 전 애지중지 키워온 반려견을 동물병원에서 고통스럽게 보내고 펫로스에 빠져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노견이 된 애견을 '그때 집이나 호스피스 병원에서 보내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안락사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수의계를 취재하면서 동물이 죽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임상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선택한 수의사를 꽤 많이 봤다. 원치 않는 안락사를 하고 트라우마 때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수의사도 있었다.

수의사는 직업 특성상 새끼 때부터 봐온 강아지, 고양이가 나이를 먹어 죽음에 이를 때까지 십수 년을 진료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동물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슬퍼만 할 수도 없다. 다른 동물 진료시 지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기사를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 보니 수의사법상 출장 진료(왕진)는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물병원을 개설한 수의사라면 출장 진료도, 유실유기동물보호소 의료 봉사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동물병원 밖에서의 진료나 마약류 반출에 대해 '관련법 조항이 없다'고 밝혔다. 하면 안 되는 불법(不法), 위법(違法)이 아니라 무법(無法)인 것이다.

대한수의사회에서 병원 밖 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두고 있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위한 출장 진료를 불법으로 알고 있었다. 병원 관리 의무를 출장 진료를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기에 지금이라도 바로 알려주는 것이 필요했다.

출장 진료 외에도 잘못 알려진 것 중 하나는 수술 전 마취 과정이었다.

수의사들은 마취를 위해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마취할 때 프로포폴과 같은 향정을 잘 쓰지 않는 추세라고 한다. 마약류 취급을 보고할 시간도 없이 진료가 바쁘거나, 보고 과정이 불편하거나, 다른 제품이 더 낫기 때문에 마약류가 아닌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같이 온라인에 잘못 알려진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 또한 기자가 할 일이다. 

이제는 안락사에 대한 전향적 인식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펫로스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때다. 이 시점에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최대한 덜 고통스럽게 보내주는 것은 수의사의 역할이다.

수의사는 보호자의 마음을 헤아려줘야 하고, 보호자는 수의사의 트라우마를 이해해 주는 소통과 배려가 절실하다.

동물의 건강상태는 주치의가 가장 잘 안다. 국내 안락사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고통을 끊어줄지 여부는 주치의가 판단하면 된다. 안락사 장소는 보호자가 결정할 문제다.

안락사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의사도, 보호자도 참기 힘든 고통이다. 부득이하게 안락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심정과 환경도 이해해 주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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