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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 의붓아들 여행 가방에 넣고…73㎏ 계모 위에서 뛰었다

게임기 사용, 친아들과 다투자 눈엣가시 취급[사건속 오늘]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아이 이틀 뒤 사망…징역 25년 선고

[편집자주]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장시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2020.6.3/뉴스1 © News1 김아영 기자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장시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2020.6.3/뉴스1 © News1 김아영 기자

4년 전 오늘 충남 천안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A 군(당시 9세)이 여행용 가방 안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고 A 군의 계모 성 모 씨(당시 43세)가 신고했다. 이날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A 군은 이틀 후 심정지 및 다장기부전증으로 사망했다.

◇ 계모 폭행에 못 견딘 동생은 친모에게 돌아갔지만…

계모 성 씨는 A 군의 친부 B 씨와 사실혼 관계의 동거인이었다. 이들 부부는 4명의 자녀와 생활했는데 그중 남매 2명은 성 씨의 친자녀, 형제 2명은 B 씨의 친아들이었다.

2019년 4월 A 군의 남동생은 성 씨의 체벌과 성 씨 아들의 폭행 등으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친모에게 보내졌으나, A 군은 성 씨 곁에 남아 성 씨를 '엄마'라고 부르며 지냈다. B 씨는 지방 업무로 인해 1~2주에 한 번씩 거주지로 돌아왔고, A 군은 성 씨 및 그의 자녀들과 주로 생활했다.

의붓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 충남 천안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0.6.1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의붓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 충남 천안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0.6.1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 "내 새끼 게임기에 마음대로 손대?"…초3 아이 여행용 가방에 가둔 계모

성 씨는 A 군이 거짓말을 하고 가족들의 물건을 함부로 버린다고 의심하며 A 군을 수시로 추궁하고 벌을 주거나 폭행했다. 특히 A 군과 친아들이 게임기 문제 등으로 자주 다투자, 성 씨는 A 군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친부 B 씨의 잦은 부재와 계모의 지속적인 체벌 및 꾸지람 등으로 계모의 지배적 영향력 아래 놓인 A 군은 계모의 종용에 못 이겨 자기 잘못을 허위로 인정하기도 했는데, 2020년 6월 1일 역시 여느 날처럼 성 씨의 추궁이 이어졌다.

성 씨는 자신이 옮겨 둔 친아들의 게임기를 A 군이 옮겨놨다며 몰아붙이고, A 군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옷방에 있던 가로 50㎝·세로 70㎝의 여행용 가방을 거실로 가지고 나와 A 군에게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당시 A 군의 키는 132㎝, 어깨너비가 34㎝였다. A 군은 "아니에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뒷걸음질 치다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가방 안에 들어가 옆으로 웅크린 자세로 누웠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 "정말 숨이 안 쉬어져? 거짓말 아냐?"…"네, 거짓말이에요"

성 씨는 A 군을 가둬둔 채 지인들과의 점심 약속을 위해 외출했고, 친자녀들에게 한 시간에 한 번씩 가방의 방향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외출 3시간 뒤 성 씨가 돌아오자, 친자녀들은 "A가 가방에서 나오려고 하고 가방 안에 일부러 소변을 봤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성 씨는 아직도 A 군이 반성하지 않고 반항하고 있다고 여겨 안방에서 더 작은 여행용 가방을 가져와 A 군을 옮겨서 가뒀다.

성 씨는 가로 44㎝·세로 60㎝의 두 번째 가방에 들어간 A 군의 머리가 바닥을 향하도록 해 가방을 세웠다. 목 부분이 눌려 호흡이 어려워진 A 군은 "엄마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애원했으나, 성 씨는 "정말 숨이 안 쉬어져? 거짓말 아니야?"라고 물었다. A 군은 호흡을 못 하는 상황에서도 평소처럼 성 씨의 추궁에 반대 의사를 표하지 못하고 "네, 거짓말이에요"라고 허위로 인정하고 말았다.

충남 천안 백석동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혀 숨진 9세 초등학생이 재학했던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어린이가 추모를 하고 있다. 2020.6.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충남 천안 백석동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혀 숨진 9세 초등학생이 재학했던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어린이가 추모를 하고 있다. 2020.6.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 헤어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 불어 넣고, 가방 위에서 뛰고

가방 속에서 질식해 가던 A 군은 박음질 된 천을 뜯어서 나가려고 했으나, A 군이 손가락을 내밀자 성 씨는 손을 다시 넣으라고 윽박질렀다. A 군이 손을 넣지 않자 이를 자신에 대한 반항으로 여겨 분노한 성 씨는 헤어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을 쏘고 뜯어진 곳을 테이프로 봉했다.

당시 73㎏이었던 성 씨는 가방 위에 올라가 앉았다가 뛰거나 밟기까지 했는데, A 군이 "숨! 숨!"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성 씨의 뜀박질은 계속됐다. 그렇게 A 군은 가방 2개에 총 13시간가량을 갇혀있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A 군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직접 신고한 성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거짓말을 해서 훈육 목적으로 3시간가량 여행용 가방에 넣어뒀다"고 진술했다. 후에 성 씨의 친자녀들은 검찰 조사에서 친모의 범죄를 자세히 증언했다.

충남 천안 백석동에 위치한 아파트 상가건물에 여행용 가방에 갇혀 숨진 9세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2020.6.5/뉴스1 © News1 김아영 기자
충남 천안 백석동에 위치한 아파트 상가건물에 여행용 가방에 갇혀 숨진 9세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2020.6.5/뉴스1 © News1 김아영 기자

◇ 경찰관이 되고 싶었던 밝은 아이…계모 "고의성 없었다" 주장했으나 징역 25년

A 군의 유족과 학교 선생님, 이웃 주민이 기억하는 A 군은 명랑하고 춤추기를 좋아하며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경찰관이 꿈이었던 A 군은 성 씨의 지속적인 학대 가운데 점차 말수가 줄어들었고 잘못하지 않은 것도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등 가정 안의 왕따로 외롭게 지내다가 '엄마'라고 부르던 성 씨에 의해 생명을 잃었다.

성씨는 살인, 특수상해, 상습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2020년 9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2021년 1월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해 온 성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그해 5월 대법원은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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