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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자기 역할에 충실한 전문가일 뿐…돌아올 명분 달라”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용산, 이 문제에서 빠져라"
"의사들 상실감·나약함 느껴…'필수의료 패키지'는 묻혔다"

[편집자주]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이 3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에서 의정갈등 장기화 및 사태 해결에 관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이 3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에서 의정갈등 장기화 및 사태 해결에 관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대한응급의학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성명서를 네 차례 냈어요. 이제 낼 수 있는 게 하나 남았는데 '못 하겠다. 응급실 떠나겠다'라는 내용이에요. 이런 상황까지 온 거죠. 정말 안 되니 촛불집회도 여는 거고요. 이대로 얼마 못 가요."

대학별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이 31일 공표되면서 의대증원 절차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그새 응급의료 현장은 급속도로 무너졌다는 게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명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3월에만 해도 '응급실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언론 인터뷰를 했었다. 그러나 전공의에 전문의마저 떠나는 상황에 처하자 "바른길 갈 수 있게 언론이라도 나서 이번 사태를 정리해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기차는 달려가는데 끝은 안 보인다"며 "용산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건복지부 실무부서에 증원 등 사태 해결의 결정권을 넘겼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1989년 설립된 대한응급의학회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양성 등 국민에 최상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전문의 2560명·전공의 554명 등 회원에게 긍지와 보람을 제공하는 게 존재 이유라고 했다. 그러나 올 2월 2000명 증원 발표와 전공의들의 무더기 이탈로 변곡점을 찍었다.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4.4.1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4.4.1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학회가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병원 59개소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모든 병원이 전공의들의 이탈 이후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모두 투입되느라 주간 근무 인력은 5.4명에서 1.8명으로 크게 줄었다.

최근 한 달간(4월 16일~5월 15일) 응급실 내원 환자는 11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아 응급실 내원 환자가 57% 정도까지 감소한 병원도 있다. 반면 이 기간 응급실에 온 중증 환자는 9000명으로 동기 대비 98% 수준이었다.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응급실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본 그는 "환자의 내원 자체가 어렵다"면서 "지난해에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지적됐는데, 지금은 문제가 없을까. 기존에 있던 환자들이 어디론가 없어진 셈이다. 문제없다고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의사들은 상실감, 공허함, 나약함을 느낀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전 세계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보유하던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으로 의사 수를 따지더니 판을 엎어버렸다. 누구한테 따져야 할 지도 모르겠다. 정부일까, 차관일까"라고 말했다.

그는 "350~400명의 증원은 공감하고 있었다. 현장도 이 정도는 받아들인다. 그런데 '2000명'이라고 강조하니 누구와도 얘기가 안 되는 게 아닌가. 사태를 해결하려면 용산은 손을 떼고 보건복지부 담당 부서로 결정권을 넘기자. 누구든 돌아올 명분을 줘야 할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원점 재논의보다 지금 상황에서 합당하게 받아들일 안을 가지고 만나야 풀 수 있다"면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기본 방향은 맞다. 수가 현실화, 의료 전달체계 개편, 응급의료 등의 사법 리스크 개선 모두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소아과 오픈런'이나 '응급실 뺑뺑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뺑뺑이보다 병원 선정과 이송 과정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응급의료 체계는 많이 발전했고 세계 어느 나라에 견줘도 선진국 수준"이라고 했다.

필수의료를 살리자는 화두를 두고도 그는 "필수의료라는 게 뭘까. 건강보험 급여, 비급여 등으로 원칙적으로 확실히 구분해야지. 정부에서 만든 말이 필수의료"라며 "응급의료도 '응급의료'로 불리는 게 맞다"고 했다.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이 30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의정갈등 장기화 및 사태 해결에 관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이 30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의정갈등 장기화 및 사태 해결에 관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그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필수의료 분야를 택할 수 있도록 만족감을 느낄 시스템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사실) 매년 3058명이면 충분하다. 일부 데이터나 추세만 끄집어내 '모자라네, 적다'고 할 게 아니다. 의사는 나쁜 놈들이라기보다, 자기 맡은 역할에 충실한 전문가 집단임을 인정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의 촛불집회도 '외침'이다. 좋게 볼 수는 없겠으나, 호소로 받아들여 달라. (의정갈등 장기화)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게 국민도 중지를 모을 때다. '의사들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10년 이상 의학적 기술과 윤리를 익히고 있던 초년병 등을 기억해 달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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