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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단길에 가려진 '찐' 경주의 매력…황오동 아시나요?

8000원의 행복, 먹거리 천국 '성동시장'
어디서도 보지 못한 고분 앞 요가·명상

[편집자주]

경주 최대시장 '성동시장'© News1 윤슬빈 기자
경주 최대시장 '성동시장'© News1 윤슬빈 기자
  
경주 구도심 '황오동'이 보고 또 보고 싶은 여행지로 달라지고 있다. 마치 숨은 유물들이 하나둘씩 출토되는 것처럼 매력들이 곳곳에서 재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오동'은 누구나 다 아는 유적지인 첨성대, 동궁과 월지, 대릉원 등과 걸어서 20분, 차를 타고 5분 거리에 떨어져 있어 관광 거점으로 손색이 없는 동네이면서 경주의 과거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실제, 통일신라 시대 전성기를 함께 구가했던 교통과 행정, 상업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왕실 부근에 있다하여 '황촌'(皇村)으로 불렸을 정도이다. 그러나, 현대화를 거치며 황리단길, 보문단지에 가려지면서 쇠퇴 일로를 걷게 됐다.
  
경주시는 '숨은 매력'을 가진 황오동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 주도의 관광형 도심재생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상어 두치 또는 돔배기로 불리는 상어 머릿고기© News1 윤슬빈 기자
상어 두치 또는 돔배기로 불리는 상어 머릿고기© News1 윤슬빈 기자
 대문어 숙회© News1 윤슬빈 기자
 대문어 숙회© News1 윤슬빈 기자
 
◇ 8000원의 행복, 성동시장

최근 여행지로서 매력을 따지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먹거리'이다. 먹을 것이 얼마나 있냐에 따라 여행의 만족도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경주'의 먹거리는 뭐가 있을까. 흔히 팥빵, 계란김밥 정도 떠올리기 마련인데 성동시장을 가면 단 하나 꼽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먹거리를 볼 수 있다. 1971년 정식 개장한 상설시장으로 경주 유일에 새벽시장이 열리는 곳이다.

박선영 황오동 마을 해설사는 "새벽에 오면 시골에서 키운 채소를 직접 들고와 파시는 할매(할머니), 새벽부터 움직이는 상인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힘이 솟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인터넷에서 시장의 먹거리를 우엉김밥, 순대, 떡볶이 등 주로 분식류들을 팔고 있는 먹자골목으로 안내를 많이 하는데 성동시장에선 얘기가 다르다"며 "성동시장은 사실 인근지역에서는 알아주는 제수시장"이라고 했다.

박 해설사가 추천하는 먹거리는 경주 제사상에 꼭 올라갔던 세 가지, '상어 돔배기(머릿고기)', '물가자미 회'(미주구리회), '피문어'(대문어)이다. 경주는 유교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어서 제사상과 상례를 거하게 차린다.
   
성동시장 한식뷔페© News1 윤슬빈 기자
갓 나온 코다리 조림© News1 윤슬빈 기자
갓 나온 코다리 조림© News1 윤슬빈 기자

무엇보다 성동시장의 명물이 있는데 바로 '한식뷔페'이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한식뷔페가 무슨 명물이냐'고 하겠지만, 이곳인 차원이 다르다.

한식뷔페촌에 옹기종기 모인 10여 곳의 식당에선 저마다 주인장의 손맛을 자랑하며 수십 개의 반찬과 밥, 국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가격은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보기 드물게 고작 1인당 8000원. 
 
꼭 맛봐야 하는 반찬이 있다면 '콩잎'이다. 타지역에서 쉽게 맛볼 수 없다. 경주에선 여름이면 푸른 콩잎을 자작하게 물김치로, 가을엔 단풍 든 노란 콩잎을 장아찌 김치로 담가 먹는다.  

한식 뷔페와 함께 야들야들하게 삶은 피문어도 함께 먹고 싶다면 '양포문어식당'을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애초에 문어 숙회집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손님들이 앉아서 먹고 싶다는 요청에 한식뷔페집을 열게 된 곳이다. 
 
김민영(25) 경주식회사 대표가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김민영(25) 경주식회사 대표가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건물을 개보수한 경주식회사(깁모어 막걸리)© News1 윤슬빈 기자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건물을 개보수한 경주식회사(깁모어 막걸리)© News1 윤슬빈 기자

◇ 장미란 차관도 반한 '신라봉 막걸리'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져 근 20년 동안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1층짜리 건물은 '힙'한 막걸리 양조장으로 변신했다. 앳된 얼굴의 25살 청년이 호기롭게 문을 연 '경주식회사'(깁모어 막걸리) 이야기다.

오랜 건물의 세월이 드러나는 소위 '노출 인테리어'에 세련된 와인 또는 맥주 셀러의 분위기가 적절히 섞여 있는 양조장이다. 이곳에선 술빚기는 물론, 체리, 신라봉, 황보리로 만든 수제 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
 
김민영(25) 경주식회사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게 되면서 술 중에서도 몸에 잘 받는 막걸리를 마시며 마음을 달래다가, 알코올 중독 직전까지 가게 되면서 "이왕 좋아하는 막걸리 내가 만들어 보자"라며 양조일을 배우고 2022년에 지금의 양조장을 차리게 된다.
 
막걸리 빚기 체험에 나선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News1 윤슬빈 기자
 경주식회사 전경© News1 윤슬빈 기자
 경주식회사 전경© News1 윤슬빈 기자

지난해 7월 분홍빛의 색부터 입맛 다시게 하는 스파클링(탄산) 막걸리인 '체리 8도'로 인기를 얻으면서 올해 3월엔 육지에서만 나는 한라봉인 '신라봉' 과육을 활용해 빚은 '신라봉 6도'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청년 대표의 지도하에 진행하는 '우리동네 막믈리에'과 '막걸리 빚기' 체험이다. 막믈리에의 경우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여섯 종류의 막걸리를 음미하면서 어떤 막걸리인지 맞히면 되는데 양조장의 향과 조금씩 마시는 술에 취해 분위기가 한결 유해짐을 느낄 수 있다.
 
지난달 30일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경주 체류여행을 즐기던 중 이 양조장에 들렀다. 직접 막걸리도 만들고 막믈리에 참여했다. 장 차관은 체험 내내 특유의 활짝 짓는 웃음을 보이며 만족해했다. 

 1934년에 만들어진 역무원 관사를 숙소로 만든 황오연가© News1 윤슬빈 기자
 1934년에 만들어진 역무원 관사를 숙소로 만든 황오연가© News1 윤슬빈 기자
 황오연가 객실© News1 윤슬빈 기자
 황오연가 객실© News1 윤슬빈 기자

◇ 마을 주민이 내놓은 착한 독채 숙소
  
요즘 감성으로 재해석한 오래된 고택에서 숙박하는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다만,  비용이 들여 인테리어를 싹 바꾼 독채를 통째로 빌리기 때문에 숙박비가 5성급 호텔보다 비싸기도 해 '럭셔리' 여행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황오동에선 제주도라면 60~100만 원이 훌쩍 넘는 고택 숙소를 30~40만원대로 이용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만든 마을기업인 '행복황촌'에서 운영하는 마을호텔을 이용하면 된다.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철도 관사 마을의 '노옥'(老屋)과 골먹길을 콘텐츠로 한 '로컬 스테이'이다. 

8개 숙소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황오연가'와 '황오여관'이다. 황오연가는 1934년에 경주역 역무원들의 관사(37-2호 관사, 4급 공무원이 거주한 7등 을(乙) 관사로 추정)로 지어지고 1965년도에 철도청 공무원인 전(前)주인 할 아버지가 정부로부터 공매받아 2017년까지 살았던 곳이다.

지금의 집 주인 부부는 2023년 3월 첫 철거를 시작하고 1년 동안 저희 부부가 직접 개보수에 나섰다.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건축업자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 집을 역사와 느낌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황오여관 거실© News1 윤슬빈 기자
 황오여관 거실© News1 윤슬빈 기자
초여름날의 황오동 골목길© News1 윤슬빈 기자 
초여름날의 황오동 골목길© News1 윤슬빈 기자 

1929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관사를 탈바꿈한 '황오여관'은 이 마을에서 '스위트 객실'로 불릴 만큼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이 돋보이는 숙소이다.
 
화려한 사진과 달리 실제 모습은 실망스러운 펜션과 호텔들을 보며 '감동적인 장소를 직접 만들어보자'라는 마음에 집주인 부부는 3년 여 간의 콘셉트, 인테리어 구상 끝에 건물 뼈대를 살리면서 지금의 세련된 숙소를 열게 된다. 

여느 풀빌라 못지않은 수영장과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마당, 어린 시절 만화책이 가득한 다락방, 집안 곳곳에 아기자기한 계단들, 원목 틀로 둘러싸인 거실 등 무엇하나 허투루 한 곳이 없다.
 
금관총을 마주하며 대금산조 연주와 함께 명상하는 '힐링테라피'© News1 윤슬빈 기자
금관총을 마주하며 대금산조 연주와 함께 명상하는 '힐링테라피'© News1 윤슬빈 기자

◇ '천년고도' 경주에서만 가능한 체험

경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놓치면 아쉬울 경험이 있다면 '힐링테라피'이다. 황오동에서 맞닿은 노서동에 자리한 대형 고분인 금관총을 바라보며 나무 그늘에서 요가하고 명상하는 체험이다.

요기 매트를 삼아 잔디밭에 놓인 천에서 앉거나 누워 일상 생활을 하며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을 푸는데 바람 소리, 새소리를 듣다 보면 근심, 걱정을 잊게 된다. 

요가 후엔 대금산조 연주와 함께 명상에 돌입한다. 만파식적보존회에 속한 대금 연주자가 직접 대금을 분다. '만파식적'은 고전에 전하는 신라의 신적으로 왕이 이 피리를 부니 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 해결되었다고 전해진다. 

박은희 마을여행사 협동조합 경주두가 이사는 "이 힐링 테라피는 경주에 가장 특색있는 경험이자, 자랑 거리"라며 "몸이 저절로 이완이 되면서 명상 상태에 들어가는 편안한 체험을 많은 분들이 누렸으면 좋곘다"고 말했다.

야경이 아름다운 천문대에서 수학여행단이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야경이 아름다운 천문대에서 수학여행단이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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