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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中 투자자 상대 ISDS 첫 '전부 승소'…남은 판정 영향줄까

중재판정부, 49억여원 지급 명령…"불법 투자, 보호 대상 아냐"
론스타·엘리엇·메이슨 패소 정부, 쉰들러 소송 등 반전 계기될

[편집자주]

 경기 과천 법무부 모습. 2022.6.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경기 과천 법무부 모습. 2022.6.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중국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600억 원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우리 정부가 승소했다. 4년여 본안 심리 끝에 나온 첫 전부 승소다.

앞서 론스타와 엘리엇·메이슨과의 분쟁에서 잇따라 패소한 정부의 남은 ISDS 사건에 이번 '전부 승소'가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 中 투자자, 국내서 민·형사 재판 후 ISDS 제기…정부 승소

법무부는 2일 중국인 투자자 민 모 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달 31일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SCID) 중재판정부가 '대한민국 전부 승소' 판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중재판정부는 사건 발단이 된 민 씨 투자가 위법해 한·중 투자 협정(BIT)상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한 국내 법원 판단과 수사도 적법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민 씨가 국내 정부의 법률비용과 중재비용 중 약 49억 1260만 원과 지급이 끝날 때까지 이자를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민 씨는 2007년 10월 중국 현지 부동산 인수를 위해 국내 법인을 설립하면서 금융회사에서 사업자금을 대출받았다. 우리은행은 해당 대출채권을 넘겨받으면서 주식에 근질권(채권 담보를 위한 권리)을 설정했다.

이후 우리은행은 여섯 차례 채무 상환 기한을 연장해 주었으나 민 씨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회사 주식을 외국기업에 모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민 씨는 우리은행의 담보권 실행에 대한 적법성을 다투는 민사재판을 청구했으나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그는 횡령, 배임,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는데 2017년 3월 대법원은 징역 6년의 판결을 확정했다.

민 씨는 2020년 우리은행이 담보권을 위법하게 실행해 주식 소유권을 모두 상실했고, 투자 협정상 중국인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ISDS를 제기했다.

ISDS는 외국인투자자가 투자협정에 규정된 분쟁해결절차에 근거해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로도 불린다.

민 씨의 최초 ISDS 청구액은 2조 원가량이었는데 최종 약 2641억 원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투자자협정에서 보호하는 투자는 적법하게 이루어진 투자"라며 "민 씨의 법인 설립과 주식 취득은 국내법을 위반한 불법적 투자로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왔다.

중재판정부는 4년여간 심리 끝에 정부 주장을 받아들여 기각 판정했다.

한·중 협정상 '투자 사용 목적'이 국내법에 부합해야 하는 데다 수사 과정의 증거관계와 민 씨 진술에 따르면 투자 목적의 불법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경기 과천 법무부 모습. 2022.6.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경기 과천 법무부 모습. 2022.6.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론스타·엘리엇·메이슨 패소한 정부, 반전 계기 마련할까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 판정은 본안 심리절차까지 진행해 국내 정부가 전부 승소한 최초의 ISDS 사건이다.

법률상 문제나 관할권 무효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는 본안전항변 절차가 아닌, 국제법을 적용해 법리 다툼을 벌이는 본안 심리 단계에서 승소를 끌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8월 국제투자분쟁을 전담하는 국제법무국을 신설한 이후 올린 성과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4년간 공방 끝에 중재판정부가 우리 정부 완승을 인정한 사건"이라며 "국내법상 위법한 투자는 ISDS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비용 집행 등 판정에 따른 후속 절차 대응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법령과 절차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건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외국계 펀드 론스타와 엘리엇, 메이슨 등과의 중재 재판에서 잇따라 패소한 정부는 이번 판정으로 쉰들러 등과의 남은 소송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거둘 계기를 마련했다.

스위스 승강기제조업체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로 3억 달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18년 ISDS를 제기했다. 이란 다야니 가문도 2015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계약금이 몰취 당했다며 2021년 10월 소송을 낸 상태다.

한편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론스타와 엘리엇의 ISDS 제기를 일부 수용해 정부가 각각 2억 1650만 달러, 5359만 달러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지난해 4월에는 메이슨 캐피탈에 3203만 달러 지급 판정을 내렸다.

다만 정부가 취소신청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신청을 내 해당 금액은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엘리엇을 상대로도 취소 소송을 낸 데 이어 메이슨에 대해서도 불복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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