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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예민 반응 '확성기 방송' 재개로 오물풍선 '맞불' 놓나

"北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전단 살포, 전광판 설치 등도 거론

[편집자주]

대북 확성기 모습.(뉴스1DB) 2018.4.30/뉴스1
대북 확성기 모습.(뉴스1DB) 2018.4.30/뉴스1
우리 군이 북한의 연이은 대남 오물풍선 도발 등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지 주목된다.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 따라 관련 시설을 철수하며 방송을 중단했는데, 이번에 방송을 재개한다면 군사분계선(MDL) 인근 군사적 긴장 수위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대북 확성기 재개 문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실장이 언급한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전광판 설치 등 대북 심리전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대남 오물풍선에 비례성에 어긋나지 않는, 상응하는 조치로 보고 있다.

대북 확성기는 MDL 일대에서 북한을 향해 한국 노래, 한국의 발전된 생활 모습 등을 방송하는 설비다. 방송은 북측으로 24여km 지역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과거 접경지역 군인들을 비롯해 인근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해 탈북하는 현상이 반복되자 대북 확성기에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1960~80년대엔 노골적으로 '이탈'을 유도하기 위한 내용들이 방송됐다고 한다. 2010년대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을 땐 우리 군이 '소녀시대'나 '아이유'의 노래 등 대중가요를 틀기도 했다.

대북 확성기를 통한 이 같은 심리전은 남북관계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왔다.

1962년 북한이 먼저 MDL 일대에서 확성기로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 정부도 1963년 대북 확성기를 설치해 방송하며 맞불을 놨다.

1972년 '남북공동성명'이 채택되자 남북은 상호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이후 1980년대 남북 간 이념대결이 극심해지며 방송이 재개됐다.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된 2000년 들어선 대북 확성기를 쓰는 경우가 줄어들었고, 2004년 6월 15일 남북 합의에 따라 모두 철거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6.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6.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그러던 중 2015년 8월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내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 군은 같은 달 10일 오후 5시부터 전방부대에서 대북 확성기를 이용한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북한군은 열흘 뒤 DMZ 남방한계선 이남을 향해 14.5㎜ 고사총과 76.2㎜ 평곡사포 3발을 발사하는 도발을 벌였다.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 상황은 8월 25일까지 진행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의 지뢰폭발 유감 표명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6개항의 '8·25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2016년 1월 6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우리 군은 같은 달 8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도 대남 방송을 하며 맞대응했다.

남북한은 이후 2018년 4월 '4·27판문점선언'을 통해 "MDL 일대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한다"라고 재차 합의했고, 양측 모두 관련 시설을 철수했다. 다만 북한은 그 뒤에도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2020년 6월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재설치했다가 철거한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앞서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단 살포 등 남북관계발전법 상의 '금지 행위'를 재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해왔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해선 "필요한 절차를 취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4일 국무회의 때 9·19합의 효력정지 등 관련 안건이 상정·의결될 수 있다.

우리 군은 언제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결정만 내려지면 당장 기동 확성기 차량을 MDL 인근에 배치해 방송을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북한이 국지전 또는 전면전 수준으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릴 때 남한의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심리전을 이유로 든 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시 북한의 반발 수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한 건 대남 심리전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는 등 김정은 정권이 견디지 못할 뼈아픈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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