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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스트레스 시달리다 사망…대법 "진단서 없지만 우울증 가능성"

유족, 보험금 청구…2심 "진단서 없다" 원고 패소
대법 "심리상태 등 정신상황 심리해야"…파기환송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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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생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를 받지 않았더라도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따져 보험금 지급을 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 씨 등이 보험사 5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 씨의 배우자 B 씨는 2018년 2월 27일 0시 9분쯤 야근을 마치고 귀가해 0시 30분쯤 안방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들은 "심신상실에 따른 자유로운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보험계약 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 미지급 사유로,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를 예외 사유로 두고 있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의사의 진단서나 소견서 등 없이는 B 씨가 정신질환이나 심신상실 등 상태에서 자신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 예외사유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B 씨는 사망 무렵 업무량이 폭증해 연장근무를 하는 일이 잦았는데 자신의 분야가 아닌 업무로 문책을 받기도 했다.

당시 미취학 자녀 2명을 양육 중이던 B 씨는 업무 과중으로 예정된 육아휴직을 한 차례 연기했고 사망 전날에도 육아휴직 신청을 한 번 더 철회했다.

B 씨는 직장 동료나 남편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하는 등 심리적·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이고 사망 직전 2개월여간 소화기·수면장애, 집중력·수면 감소, 피로 및 활력 상실 등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더해 근로복지공단은 B 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으며 정신보건임상심리사도 B 씨에게 주요우울장애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B 씨가 자살에 이를 무렵 주요우울장애를 겪고 있었고 이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렀을 여지가 없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B 씨 사망 전 상태를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 유족 등 주변인 진술 등 모든 사정을 토대로 B 씨의 심리상황 등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확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인지 여부 등을 심리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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