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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구성' 2년 마다 진흙탕…"차라리 법사위 '상원 역할' 없애라"

"협치 중요, 법제화 필요성도…체계·자구심사 상임위에 넘겨야

[편집자주]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본회의를 마친 의원들이 산회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5.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본회의를 마친 의원들이 산회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5.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새 국회의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원 구성 협상이 22대 국회에서도 어김없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일하는 국회' 다짐이 무색하게 당분간 입법부가 공전하며 첫발조차 내딛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21대 국회에서 18석 상임위원장 전석을 가져간 민주당은 역풍을 맞았다. "다 안 받겠다"고 돌아선 국민의힘은 입법권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됐다. 22대 국회도 비슷한 양상이다.

법정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4일에도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 구성에 시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관례를 기초로 협상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 과정은 법 규정보다 관례나 관행이 우선해야 한다"며 "원 구성이 조금은 지체된다 하더라도 그 지체되는 과정에서 서로 타협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색깔이나 정책적 방향들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게 되는 그런 점에서 본다면 법제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평론가도 "법은 최소한의 조건인 것이고 정치는 그 위에 있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법 위의 관행이라고 한다. 관행을 통해 서로 신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첫발을 떼는 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정쟁의 반복을 막기 위해선 명확한 제도를 만들어 원 구성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도 있다. 여야의 정치력을 기대할 수 없으니 차라리 기계적으로 결정하는 편이 낫다는 의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현행의 법대로 미국처럼 다수당이 다 가져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야 싸움의 중심에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도 권한다. 법사위가 상원으로서 모든 상임위의 법안을 제어하고 협치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야의 정치력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나온 고육책이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각 상임위에 넘기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박 정치평론가는 "국회에도 입법 전문가들이 있는 만큼 상임위에서 합의가 된 것은 각 전문가라든지, 상임위 차원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하면 된다"며 "지금 여야가 한쪽은 밀어붙이려고 하고, 한쪽을 막으려 하니까 법사위를 두고 이러한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다. 법사위의 그런 기능을 제거하면 된다"고 밝혔다.

한 교수도 "우리나라는 단원제이기 때문에 법사위를 사실상의 상원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며 "법사위의 권한이 너무 강력하다 보니 위원회 중 위원회로 자리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여야가 원 구성할 때 상당히 지체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체계·자구 심사는 상임위에서 하고 또 국회 법제실에 있는 사무직원이 하면 된다"며 "위헌 여부는 소관 상임위에서 검토하거나 거기서 검토를 못 한다면 국회 본회의에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다.

상임위원장 배분은 통상적으로 교섭단체별로 의석수 비율에 비례해 이뤄진다. 22대 국회의 경우 교섭단체인 여야의 의석수(108·171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직은 각각 7개, 11개를 가져간다.

민주당이 전(全)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던 21대 국회 전반기를 제외하고 17대 국회부터는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왔다. 국회의장을 1당이 가지는 만큼 그에 비견되는 법사위원장을 2당에 양보해 국회가 '합의의 정신'을 실천한다는 취지다. 현재 법사위원장직 사수가 당연하다고 보는 원내 2당 국민의힘은 "관례대로"를, 각종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려는 원내 1당 민주당은 "법대로"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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