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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남부국경 통제불가시 불법입국자 美망명 금지 행정명령 발표

오는 27일 트럼프와 TV토론 앞두고 발표…공화당 법제화 반대 부각
트럼프 "바이든 마침내 뭔가 하는 척…모두 쇼" 비판

[편집자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을 갖고 남부 국경 안보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2024.6.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을 갖고 남부 국경 안보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2024.6.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불법적으로 남부 국경을 넘어 미국에 입국한 이주민들의 미국 망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온 국경 보안 문제에 대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행정조치 시행 방침을 밝혔다.

백악관은 이같은 행정조치는 남북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자가 넘쳐날 때(overwhelmed) 시행될 것이라며 "이민 관리 공무원들이 미국에 체류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없는 사람들을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것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영구적이지 않다"면서 "미국의 시스템이 국경 운영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만큼 국경을 통과하는 이민자 수가 줄어들면 이 조치는 중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7일간 남부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입국자 수가 하루 평균 2500명을 넘을 때 이 조치가 시행되며, 하루 평균 1500명 아래 수준으로 떨어지면 시행이 중단된다.

다만, 동반자가 없는 어린이와 인신매매 피해자 등에 대해선 인도주의적 차원의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현재 7일 평균 불법입국자수가 기준을 넘었기 때문에 이 조치는 즉각 시행됐다고 전했다.

단, 동반자가 없는 어린이, 인신매매 피해자 등에 대해서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부터 국경 안보 문제에 대해 비판을 받아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에 대한 지원과 국경 안보 강화 법안을 '안보 패키지'로 묶어 처리하려 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처리가 불발됐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대응 문제를 계속 비판하면서 자신이 재집권하면 남부국경 봉쇄 및 불법 이민자 추방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 문제를 공격 소재로 삼을 것이 분명한 만큼 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다소 강경한 정책이 담긴 이번 행정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오는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TV토론을 앞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에서 공화당이 국경통제 강화법안을 두 차례나 부결시킨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오늘 저는 공화당의 방해를 넘어 대통령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행정 권한을 사용해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솔직히 저는 초당적인 입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호했다"면서 "왜냐하면 그것이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고장 난 시스템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악관도 보도자료에서 "올해 초 대통령과 그의 팀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중대한 미국 이민법 개혁을 시행하기 위해 상원의 민주당 및 공화당 의원들과 초당적인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지만,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당파 정치를 국가 안보보다 앞에 두기로 선택했고,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하고 공정한 개혁안을 두차례 부결시켰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이어 이번 행정조치가 "의회의 (입법)조치와 같은 결과를 달성할 수 없으며, 남부 국경을 더욱 안전하게 지키는 데 필요한 핵심 인력과 자금을 제공하지 못한다"며 "의회는 여전히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민자들과 진보성향 시민단체 등이 망명 신청 기회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진보 진영의 비판론을 의식한 듯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법과 가치 모두에 부합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이민자를 악마화하지 않고, 이민자에 의한 '혈통 오염'을 거론하지 않을 것이며, (불법입국한) 아이를 가족으로부터 분리하지 않고,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국을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이민 정책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수 주 동안 "이민 시스템을 더 공정하고 정의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행정 조치에 대해 "눈속임(window dressing)"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표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4년 가까운 실패 끝에 조 바이든은 마침내 국경 문제에 대해 무언가를 하려는 척하고 있다"며 "이것은 모두 '쇼'"라고 적었다. 

존 코닌(텍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의 의사결정은 "대선의 근접성과 가라앉는 여론조사 수치에 기반한 것"이라며 "이번 행정명령은 정치적 위장일 뿐이며, 미국 국민들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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