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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침범으로 1명 사망 2명 중상인데…대법 "중대과실 아냐" 이유는

보험사 "채무자 과실로 손해배상액 발생"…1·2심 원고 승소
대법 파기환송…"다른 사고 피하려 했고 제한속도 안 넘겨"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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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침범으로 교통사고를 냈더라도 다른 사고를 피하려는 정황이 있었고 과속도 하지 않았다면 '중대한 과실'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재단법인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A 씨를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1997년 1월 2일 오전 10시쯤 아버지 B 씨의 차를 운전해 지금은 철거된 청계고가도로를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 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동부화재해상보험은 피해자들에게 보험금 총 4514만 3800원을 지급한 뒤 A 씨와 B 씨에게 피해자들이 가진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소송을 냈고 A 씨는 청구를 인낙(스스로 인정)했다.

이후 채권 소멸시효 중단 및 기간 연장을 위해 동부화재가 같은 취지로 낸 소송은 원고 승소로 판결돼 2012년 9월 확정됐다.

그런데 A 씨는 2015년 6월 법원에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해 같은 해 9월 확정됐다. 면책 대상 채권자목록에는 동부화재해상보험의 채권도 포함돼 있었다. 진흥원은 2020년 2월 동부화재로부터 구상금 채권을 양수하고 2022년 6월 A 씨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비면책채권인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에 해당한다고 판단, 채권이 면책결정에 따라 면책됐다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통사고는 고가도로 가변차로에서 빠르게 속도를 내 운전하다가 1차로로 진입하는 다른 차를 발견하고 핸들을 과대 조작해 중앙선을 침범한 A 씨의 과실로 발생했으므로 A 씨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면책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중대 과실이 있는지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한 사고가 발생한 경위, 주의의무 위반 원인과 내용 등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중앙선 침범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회생법이 규정한 '중대한 과실'이 존재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피고가 다른 사고의 발생을 피하려는 과정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해 주행하지 않았고 다른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며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것은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 침해 정도의 중한 정도에 관한 것으로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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