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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서 쓰러진 등산객, 비번이던 '고흥 소방관'이 살렸다

7일 마등령 산행 중 "살려 달라" 외침에 달려가 조치
임용우 소방위… 헬기 착륙장까지 30분 업고 뛰기도

[편집자주]

비번 날 설악산에 올랐다가 의식 잃고 쓰러진 50대 남성 구한 전남소방본부 고흥소방서 도양 119안전센터 소속 임용우 소방위와 가족. 2024.6.10/뉴스1
비번 날 설악산에 올랐다가 의식 잃고 쓰러진 50대 남성 구한 전남소방본부 고흥소방서 도양 119안전센터 소속 임용우 소방위와 가족. 2024.6.10/뉴스1

비번을 맞아 설악산을 찾았던 전남지역 소방관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50대 등산객에게 빠른 조처를 해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함을 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전남소방본부 고흥소방서 도양 119안전센터에서 근무 중인 임용우 소방위다.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임 소방위는 현충일 징검다리 연휴였던 지난 7일 설악산에 올랐다.

임 소방위가 오전 6시 50분쯤 해발 1200m 마등령에 이르렀을 때 뒤에서 "도와달라"는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외침이 들리는 곳으로 곧장 뛰어간 임 소방위는 중년 남성으로 보이는 등산객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도착 당시 다른 등산객이 이 남성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고 있었다.

임 소방위가 상태를 살핀 결과, 해당 남성에겐 호흡과 맥박이 없었다. 또 동공도 확장되고 몸에 강직 현상도 온 상태였다. 응급 상황임을 직감한 그는 강원소방 상황실에 연락해 "헬기 이송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임 소방위는 이후 해당 남성의 고개를 젖히고 기도를 확보한 뒤 강제로 혀를 눌렀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의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다.

호흡이 돌아온 것을 보고 임 소방위는 한숨 돌렸지만, 문제는 헬기 착륙장까지 거리였다. 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마등령 삼거리까지는 400여m 떨어져 있었다.

설악산이 초행인 '전남 소방관'은 무작정 이 남성을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일단 빨리 헬기부터 태워야 한다는 생각에 업고 정신없이 달렸다"며 "한 20분 쯤 달리니 착륙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비번 날 설악산에 올랐다가 의식 잃고 쓰러진 50대 남성 구한 전남소방본부 고흥소방서 도양 119안전센터 소속 임용우 소방위. 2024.6.10/뉴스1

임 소방위 등에 업힌 남성은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오전 8시 13분쯤 강원소방본부 횡성소방항공대 소속 헬기가 해발 1200m의 마등령에 착륙했다. 프로펠러로 인해 돌바람이 치는 가운데에도 임 소방위는 남성을 꼭 안으며 보호했다.

의식을 완전히 되찾은 남성은 헬기에 타기 직전 임 소방위에게 "고맙습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등산객 김모 씨는 "갑자기 달려온 남성분(임 소방위)이 환자 위치를 바로잡고 입에 재갈을 물리는 등 응급조치를 순식간에 해냈다"며 "주변 등산객에게 나무 막대기를 구해달라고 하는 등 처치에 막힘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나중에 이분이 소방관이라고 해 신분을 알았다"며 "소방관의 신속한 조치 때문에 귀한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09년 소방에 입문한 임 소방위는 고흥지역 화재 현장에서 16년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화재진압대원이다.

임 소방위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인데 부끄럽다"며 "안 그래도 환자분은 괜찮은지 한번 (강원소방에) 전화해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 진압이 전공이지만, 그동안 교육으로 반복 숙달한 과정을 적용해 조치했다"며 "달리 잘한 것이 없다"고 겸손해했다.

임 소방위는 "힘들게 얻은 외동딸에게 아빠가 사람을 살리는 소방관임을 알릴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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