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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급 직원이 100억원을?"…우리銀 횡령 사고에 은행원도 '화들짝'

"대리급은 전결권도 없는데"…은행권 '내부통제 실패' 한목소리
'700억 횡령 사건' 2년 만에 또…"전담 감사 제도에도 구멍"

[편집자주]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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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에서 1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은행권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에서 7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는데 불과 2년 만에 같은 사고가 재발했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 횡령 사고를 저지른 직원이 '대리급'이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선 해마다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발생하지만, 대리급 직원의 범행은 흔치 않다.

은행권 종사자들은 "명백한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패"라고 입을 모은다. 대리급 직원은 전결권이 없는 만큼, 지점장 또는 영업점 감사팀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 "대리가 100억원을?"…내부통제 실패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김해금융센터 소속 대리급 직원 A 씨(30대)는 기업 대출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올해 초부터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약 100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경찰에 자신의 횡령 사실을 자수했으며 "암호화폐(가상자산)에 투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A 씨는 투자 실패로 횡령액 중 60억가량을 손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리급 직원이 100억 원을 횡령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말한다. 통상 기업 대출 결재 권한은 지점장이 갖고 있다. 지점 상황에 따라 지점장이 차장, 과장 등에게 권한을 일부 위임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리급에게 권한이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즉,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충분히 걸러져야 할 금융사고라는 것이다. 물론 A 씨가 상급자의 PC를 몰래 이용했거나, 또 다른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전담 감사 제도에도 구멍"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담 감사 제도'가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은 베테랑 퇴직자를 재채용해 영업점 감사 업무를 맡기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담 감사 인력은 전날 시행된 대출에 대해 다음날 전수 조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대출 서류 조작이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금액이 큰 경우에는 더 세밀히 따져야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번 금융사고가 지방 지점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내부통제가 허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은행권 관계자들은 내부통제 시스템은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없다고 강조한다.

결국 대리급 직원의 횡령 사건은 '전사적 내부통제 시스템 실패'라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 '700억 횡령' 2년 만에 또…금감원도 팔 걷었다

앞서 우리은행의 '7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잊히기 전에 또다시 1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산업의 근간인 이용자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본점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은 2012년부터 8년간 71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대법원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이후 금융당국의 지도하에 내부통제 강화를 실시했으나 우리은행의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우리은행 직원이 ELS 파생 거래에서 잘못된 평가 방식을 적용해 962억 원의 평가 손실을 낸 사건도 있었다.

이날 금감원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금융 사고가 잦아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는데도 또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 현장 검사팀을 신속히 파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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