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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갚아 드리겠다" 동료에게 문자…대법 "협박 아냐"

1심 무죄→2심 "구체적 해악의 고지 해당" 유죄 판단
대법 파기환송…"문자 추상적이고 불이익 줄 위치 아냐"

[편집자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수사기관에 자신을 고소하고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동료에게 "제게 한 만큼 갚아 드리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라도 구체적으로 해를 끼치겠다는 내용이 없다면 협박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 씨는 2008년 충남의 한 대학 교수 B 씨의 소개로 강사를 거쳐 교수가 됐다.

2016년 5월 A 씨의 소개로 B 씨 등 동료 교수 8명을 알게 된 C 씨는 토지를 분양받으면 자신의 부담으로 토지를 개발·매각할 테니 수익을 나눠 갖자고 제안했고, 자신의 회사로 분양대금 명목 2억 4705만 원을 받았다.

B 씨 등은 2019년 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다며 C 씨를 고소했다. 수사기관에는 "A 씨도 C 씨가 편취한 돈의 상당 부분을 취득했다"며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다. C 씨와 함께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대학교에서 직위해제됐다.

이후 A 씨는 첫 공판기일에 탄원서를 확인한 뒤 "너무 제가 인간관계를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하려고 한다"면서 "정든 학교를 떠나게 되실 수도 있다. 제게 한 만큼 갚아 드리겠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B 씨에게 보냈다.

A 씨는 해당 문자 메시지에 "화요일 날까지 답장 부탁드린다. 화요일 연구실로 오전 중에 찾아뵙겠다"고 적었지만 실제로 연구실을 찾지는 않았다. B 씨는 문자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았다.

이후 C 씨는 대학교 측에 B 씨의 사학비리를 제보했다. A 씨도 사기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되자 B 씨와 동료 교수들을 2차례에 걸쳐 고소·고발했다. 고소·고발 사건은 경찰에서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다.

1심은 B 씨에 대한 보복 협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가 B 씨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를 했고, 이는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내용인 데다, A 씨가 실제로 C 씨를 통해 B 씨의 비위를 학교에 제보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문자 메시지 전송 행위가 협박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메시지 내용만으로는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해악을 가하겠다는지 알기 어렵고, A 씨가 B 씨의 학교 내 지위 등에 불이익을 줄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문자 메시지를 받은 직후 비위 제보가 접수된 것이 A 씨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짐작하고 두려움을 느꼈다'는 B 씨의 진술과 관련해서도 "피고인이 메시지 발송 이후 제보에 관여했음을 인정할 객관적 증거는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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