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네덜란드에 불어오는 조용한 K-아트 열풍[통신One]

암스텔베인 스튜디오 반, 한국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

[편집자주]

네덜란드 암스텔베인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의 내부 모습. 이곳은 한인 사회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2024.06.10/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네덜란드 암스텔베인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의 내부 모습. 이곳은 한인 사회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2024.06.10/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암스테르담에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암스텔베인(Amstelveen)은 우리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무척 흥미로운 아트 스튜디오가 고즈넉한 주택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살고 있는 집 그대로 미술관을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염두에 두고 인테리어를 한 스튜디오 반(Studio Vaan)은 예술을 사랑하는 네덜란드 한인 교민들의 사랑방으로 이미 유명하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위용을 자랑하며 수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암스테르담이 멀지 않은 곳에 과연 어떤 아트 스튜디오가 교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을까?  

스튜디오 반의 고은별 대표는 한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중국 상해에서 대형 이벤트 영상 제작과 전시 기획 등의 다양한 국책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 네덜란드로 이주한 이후에는 유럽의 작가를 한국에, 한·중·일 작가를 네덜란드에 소개하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암스텔베인에는 원래 일본인들이 많이 산다. 일본 출신 미술 작가를 지원하고 꾸준하게 일본 미술이 네덜란드에 알려지도록 일본 정부와 교민사회가 노력을 해온 역사가 오래된 것을 알게 되고 암스테르담에는 한국 문화원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내가 거주하는 집을 네덜란드인들에게 한국의 미술을 소개하는 곳으로, 더 나아가 모두가 예술을 통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키워보고 싶었다"

재불 작가인 이명의 개인전이 열리는 현지시각 6월 11일 오후에는 산책을 하다 말고 주택가 안에 위치한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보러 온 소탈한 차림의 네덜란드인들이 그림을 앞에 두고 각자의 느낌을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입장료도 없고 주택가 사이에 위치해 언제든 부담 없이 한국 작가들의 전시를 볼 수도 있지만 사실 미술품 전시뿐 아니라 재 네덜란드 한인 예술가들의 워크숍 장소로도 쓰이며 네덜란드인 뿐 아니라 한류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화·한국식 도자기 수업·한국 전통 제본을 배우러 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으로 소개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의미 있지만, 재능 있는 한국 예술가들이 네덜란드 미술 시장에 좀 더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고 싶다. 유행을 따르는 한국의 미술 시장과는 달리 네덜란드는 작가 자체의 명성보다는 개인 컬렉터들의 관심과 미술에 대한 사랑이 미술 유통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라고 대표는 한국 작가들이 네덜란드 미술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려면 대형 미술관에 소개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개인 컬렉터들이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암스텔베인에서 스튜디오 반의 고은별 대표(왼쪽)와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양하 작가(우)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24.06.10/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네덜란드 암스텔베인에서 스튜디오 반의 고은별 대표(왼쪽)와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양하 작가(우)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24.06.10/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암스테르담서울, 한국작가들의 전문 전시 

한국 작가들의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업들을 암스테르담이라는 공간을 통해 전 유럽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한국 작가들의 작품만 엄선하여 소개하는 엔 서울 갤러리는 개관 이후 꾸준하게 한국의 신진·중견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There is no end(끝이 없다)'라는 주제로 열린 유현경 작가는 두 번째 전시를 엔 서울을 통해 이어나가며 네덜란드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엔 서울의 박규원 관장은 유럽 현지에서의 K-art 인기와 관심이 반짝하는 트렌드가 되지 않으려면 재능이 넘치는 한국 작가들의 관문이 더욱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 컬렉터들은 단순히 그림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넘어 미술 그대로를 즐기며 한국 작가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인간적인 교감이 바탕이 되는 것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엔 서울 갤러리는 8월 29일부터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큰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국제 엔터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앞으로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유럽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K-아트가 소리없는 외침으로 끝나지 않으려 

전 세계가 K-푸드·K-뷰티·K-팝으로 들썩이고 있다. 네덜란드의 외식문화는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음식이 주도했는데, 이제는 골목마다 하나씩 한식당이 생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세계적인 미술관이 즐비하고 다양하고 폭넓은 개인 컬렉터가 넘치는 네덜란드에 K-아트는 열풍이 불지 않을까?  

매년 많은 한국 유학생들은 선진적인 예술 풍토를 배우기 위해 네덜란드의 명문 예술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예술 대학은 과정이 고되고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학부생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졸업이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 유학생들은 졸업 이후에 네덜란드에서 전문 작가로 자리 잡는 것은 낙타가 바늘을 뚫는 것보다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타 유럽 출신 졸업생들에 비해 예술가 거주 비자를 받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거주 비자를 받은 뒤에는 거주뿐 아니라 작업 공간을 구하는 것 또한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힘들다. 일정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거주 등록을 해주지 않으려는 집주인들 사이에서 그 아무리 유명한 예술 대학 졸업장과 예술 활동 사이의 현실의 벽은 높다.  

실제로 네덜란드 예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비자를 받아 네덜란드 예술 단체의 지원을 받아도 거주 등록을 하지 못해 네덜란드를 떠나야 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많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이미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한국 기성 작가들의 유럽 진출도 중요하지만, 이미 유럽 현지에서 경쟁력을 키운 젊은 미술 작가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관 키워드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