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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무지개 횡단보도의 이유 있는 변신[통신One]

6월, '성소수자 긍지의 달' 다양한 문화 행사 함께하며 화합 분위기

[편집자주]

뉴브런즈윅주 몽튼 시내에 있는 무지개 횡단보도. 2024.06.10/© 뉴스1 김남희 통신원
뉴브런즈윅주 몽튼 시내에 있는 무지개 횡단보도. 2024.06.10/© 뉴스1 김남희 통신원

캐나다에는 아주 예쁜 횡단보도가 있다. 하얗고 검정 줄이 아닌 선명한 무지갯빛의 횡단보도이다. 무지개 횡단보도는 캐나다 여러 도시에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나는 이 횡단보도를 보면서 이것 또한 캐나다의 상징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어린이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나라로서, 어린이를 위해 무지개 횡단보도를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그 세심함에 또 한 번 놀랐다.  

하지만 얼마 전 이 무지개 횡단보도의 의미를 알고 깜짝 놀랐다. 캐나다에서 무지개 횡단보도는 성소수자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무지개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도 많이 봤는데, 그것 또한 성소수자의 다양성과 열린 사고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이런 의미를 알게 되면서 무지개 횡단보도와 깃발이 새롭게 이해되었다.

캐나다에서는 6월이 '긍지의 달(Pride Month·프라이드 먼스)'이다. 프라이드 먼스는 양성애자인 뉴욕 운동가 브렌다 하워드의 애칭인 '긍지의 어머니(mother of pride)'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프라이드 먼스는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와 앨라이들이 자긍심을 높이고 성평등을 강조하는 기간이다. 이는 단순히 성적 취향을 옹호하는 것을 넘어, 성적 취향에 대한 폭력적인 태도가 부당하다고 외치는 표현이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는 LGBTQ와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앨라이(성소수자가 아니지만 성소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모두)들도 이 축제에 참여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캐나다에서는 특히 지역마다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특히 이 축제의 주최지인 토론토는 게이 거리로 유명한 처치스트릿(Church Street)에서 며칠 동안, 이 축제를 즐길 수 있다.

평소에도 이곳은 무지개로 가득한데, 6월에는 간판, 은행, 집 창문, 심지어 횡단보도까지 무지개색으로 물들어 있다. 여기저기 무지개가 넘실거리며, 마치 무지개의 다양한 색깔처럼 세상에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몽튼 지역, 성소수자가 살고 있는 집 앞에 꽂혀 있는 무지개 깃발. 2024.06.10/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몽튼 지역, 성소수자가 살고 있는 집 앞에 꽂혀 있는 무지개 깃발. 2024.06.10/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외투를 입든, 비키니를 입든, 남자가 치마를 입든, 혹은 바지를 벗든 상관없이 아무도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동양인이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누구나 그의 색깔과 모습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 단지 개개인의 본질에 집중한다.

이 축제는 유명 콘돔 회사인 Trojan이 매년 참여하여 안전하고 건전한 성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무료 콘돔을 나눠준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은 프라이드 에디션 상품을 선보인다.

축제의 꽃인 퍼레이드도 꼭 진행되는데 작년 행사에는 트뤼도 총리가 그들의 퍼레이드 맨 앞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함께 축제에 참여했다. 아직 이 축제를 아주 소규모로 치르는 나라들도 너무 많고, 비판을 받는 나라들도 많다. 그러나 트뤼도 총리의 참여는 캐나다가 얼마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국가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6월의 한국에서도 퀴어 축제가 열린다. 작년 퀴어 축제 때 보았던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의 인터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다양성이야말로 캐나다의 가장 큰 강점이며 다양성 없이는 캐나다가 현재 위치에 있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캐나다는 어느 집단이든 소외시키게 되면 공동체 전체가 무너지고, 모두를 포용할 때 사회가 더 발전적일 수 있음을 강조하며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올바를 뿐 아니라 똑똑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모휘니 대사는 토론토의 퀴어 축제도 언급하면서 "퀴어 축제로 토론토가 빛나고 시민들이 많은 이점을 누린다. 동시에 퀴어 축제에 반대하는 이들조차 본인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라고 했다.

모휘니 대사의 발언은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그의 발언은 우리가 모두 따라야 할 가치로 남았 있다. 그러나, 트뤼도 총리와 모휘니 대사와 같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여 조심스러워하곤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소수 집단을 지지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힘을 실어준다. 이러한 모습들이 캐나다 사람들의 다양한 사고방식을 형성하고, 차별보다 차이를 인정하고,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지개 횡단보도를 없애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앨버타주 웨스트록(Town of Westlock)에서는 최근 무지개 횡단보도와 공공건물에 대한 '무지개 문양 금지' 조례가 주민투표를 통해 가결되었다. 이 투표에는 1302명의 유권자가 참여했으며, 그중 663명이 찬성하고 639명이 반대했다. 따라서 이 조례가 승인되었으며, 시내 주요 도로의 무지개색 횡단보도는 모두 전통적인 백색 교차 표시로 변경될 예정이다. 또한 공공건물에는 무지개 문양의 성 소수 상징물을 게양할 수 없게 된다.

글로벌 기업이 6월 프라이드 먼스를 기념하기 위해 판매하고 있는 '프라이드 에디션' 티셔츠. 2024.06.10/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글로벌 기업이 6월 프라이드 먼스를 기념하기 위해 판매하고 있는 '프라이드 에디션' 티셔츠. 2024.06.10/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웨스트록의 주민투표장에 내가 있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 또한 무지개 횡단보도보다 하얀색 횡단보도를 건너고 싶진 않았을까? 다양한 색을 띠고 있는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을지…그 대답에는 자신이 없다.

나는 캐나다의 문화를 잘 알지 못해서 온 무지로부터 시작해서 무지개를 아이들과 연관시켰다가 너무나도 다른 의미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나 역시 소수자인데 다양성을 열어두고 두 팔 벌려 안아주려는 캐나다의 문화에 아직 흡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알고 나서는 오히려 성소수자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문화, 소수 그룹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나라의 모습을 또 한 번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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