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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 [기자의눈]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을 마친 후 손을 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을 마친 후 손을 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 무렵, 거부권과 입법 폭주가 맞섰다. 정치권 주변의 평자들은 이런 난장판이 다가올 22대 국회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들 했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금, 당시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난장판의 본편이 시작됐다. 

통상적이라면 원내 2당이 가져야할 법사위와 여당이 맡았을 운영위, 모두를 '집권 야당'이 손에 넣었다. '헌정사 최초'라는 수식어를 여러 번 득한 뒤에, 민주당은 국회를 사실상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의원 300명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에 '여의도 대통령'이 따로 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야당의 무도를 탓할 일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빌미를 줬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14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집권 2년 만에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다 거부권 행사 신기록을 세웠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 체계상으로 비상 수단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을 설득하는데 소홀했다. 

반대로 이토록 거부권이 많이 행사된 데는 야당의 입법 폭주가 있었다. 여야 간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성긴 법안들을 밀어내듯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원 구성 일방 처리에 대통령실이 전날 민주당을 겨냥해 "힘자랑 일변도의 국회 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명분은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입법 폭주와 거부권은 모순 관계다. 양립할 수 없다. 극한 대립이 극단적 수단을 정당화하는 악순환을 해소해야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가 없어도 살 사람은 산다지만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는 게 또 정치다. 창과 방패는 동시에 내려놔야 협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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