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롯데 '거미줄식 순환출자', 대선후 재벌개혁 최대표적으로 급부상

신격호 총괄회장 0.05% 지분으로 그룹 '쥐락펴락'…10대 그룹중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구조

[편집자주]

롯데그룹 부자지간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 왼쪽부터). 롯데그룹은 한국은 신동빈 회장이, 일본은 신동주 부회장이 경영하는 것으로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분 구조상으로는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따라 정치권의 압박에 따라 순환출자를 해소해야될 상황이 오면 롯데의 지배구조가 다시 한번 흔들릴 전망이다.© News1


'롯데그룹이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현재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까'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얽혀 있는 롯데그룹이 대선이후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조류에 맞물려 재벌개혁의 최대 표적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지적이 정치권과 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으로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격이지만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는 롯데의 환상형 순환출자는 쉽사리 바뀔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롯데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10대 재벌중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방식을 갖고 있다.

그룹이 총 19개의 순환출자고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롯데그룹의 거미줄과 같이 얽혀 있는 순환출자 기업수가 200개는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복잡한 순환출자 방식 때문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10대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쥐락펴락하는 기형적인 경영형태를 펼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전체의 0.05%에 그친다.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은 0.05%라는 턱없이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따라 재벌의 순환출자 금지가 본격 추진되면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로 나뉘어진 롯데의 사후경영권 구도도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의 2남 1녀중 차남 신동빈 회장은 롯데의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고리인 롯데쇼핑의 최대 주주로 한국 롯데그룹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일본롯데그룹 부사장)은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1대 주주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여서 흥미롭다.

◇ 경영권 승계 마무리했는데…'순환출자' 복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해 놓고도 순환출자구조 해소 과정에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흔들어야 하는 복병을 만났다.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은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 롯데쇼핑→롯데미도파→롯데제과→롯데쇼핑' 등으로 이어지는 환상형 출자 고리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의 지분 92.54%를 보유하고 있고, 다시 롯데카드는 롯데칠성음료 지분 1.91%(보통주1.59%, 우선주0.32%)를,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쇼핑의 지분 4.26%를 가지며 환상형으로 연결돼 있다.

롯데쇼핑은 또 롯데미도파 지분 79.01%를, 롯데미도파는 롯데제과의 지분 2.96%를, 롯데제과는 롯데쇼핑의 지분 8.52%를 보유하고 있다.

순환 출자의 핵심 고리인 롯데쇼핑의 최대 주주는 신동빈 회장으로 14.5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그룹이 79개 계열사가 얽힌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재벌닷컴은 롯데그룹이 순환출자 연결고리 19개 가운데 최소 6개사의 연결지분을 해소하는 데 2조4570억원, 롯데쇼핑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3조108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롯데제과가 롯데쇼핑 지분 8.52%를 매각하는데만 약 6880억원, 롯데칠성음료가 롯데쇼핑 지분 4.26%를 매각하는 데만 약 3440억원 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7월24일 롯데쇼핑 시가총액 기준)

◇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 지분 수직 계열화로 롯데 장악

신동빈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조단위 비용을 들여야하는 것 말고도 복병은 또 있다.

형 신동주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가 1대주주로 있는 호텔롯데의 역할이다.(롯데홀딩스의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이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19.2%)를 비롯한 일본 투자회사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데 현재 한국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을 보유해 그룹 전체를 아우르며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롯데알미늄 지분을 각각 38.34%, 34.64%, 31.07%, 27.72%, 26.60%,12.99%씩 보유한 최대주주다.

호텔롯데는 또 그룹 주력 계열사 호남석유화학의 지분도 13.64%를 보유한 2대주주이며, 순환출자 고리 핵심인 롯데쇼핑의 지분도 9.58%를 보유해 신동빈, 신동주에 이어 3대 주주다.

호텔롯데는 이밖에도 롯데제과(3.21%), 롯데칠성음료(보통주5.92%, 우선주 4.83%), 롯데삼강(8.60%), 롯데리아(18.77%), 롯데정보통신(2.9%), 대홍기획(12.76%), 롯데자산개발(7.19%), 롯데카드(1.24%)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다.

롯데물산(56.99%), 부산롯데호텔(46.62%)도 신동주 부회장이 1대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가 최대 주주다.

신동주 부회장은 롯데역사(8.73%), 롯데제과(3.48%), 롯데칠성음료(2.83%), 롯데삼강(1.93%), 롯데캐피탈(0.53%), 롯데카드(0.24%) 등 개인 자격으로도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상당 부분 갖고 있다.

신동주 부회장은 또 한국 롯데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롯데쇼핑 지분도 신동빈 회장보다 겨우 0.01% 적은 14.58%를 갖는 2대 주주다.

특히 신동주 회장이 최대주주인 호텔롯데는 환상형이 아닌 대부분 수직형으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순환출자 해소후에도 그룹내 지배권을 행사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반면 환상형 출자 구조의 핵심 고리인 롯데쇼핑을 통해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권을 갖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대선 후 순환출자를 해소할 때 그룹 지배권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김동양 연구위원은 "롯데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면 지분 구조가 워낙 복잡해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다"며 "일본 사업은 큰 아들이, 한국 사업은 둘째 아들이 맡는 것으로 경영권 승계가 정리됐다고 하지만 사실상 지분 구조상으로는 정리가 안됐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과거에 지주사 전환 체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주사 전환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다"며 "정치권에서 순환출자를 금지한다고 해서 쉽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주회사 체제로 가려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해 간단히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호텔롯데의 지주사 역할에 대해 "호텔롯데가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지분이 롯데쇼핑 등으로도 많이 나눠져 있으며 지주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신동빈 회장도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해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순환출자 금지' 정치권 이슈 급부상

'순환출자 금지'는 대선을 앞두고 급부상한 '경제민주화'의 핫이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순환출자 금지 등을 주요 골자로 담은 재벌개혁안을 내놓았고 여당 새누리당도 일각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의원은 "1%도 안 되는 소유지분을 갖고 계열사를 거느리며 초법적 경영을 하는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순환출자 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재벌도 국민을 위해 존재할 때 가치가 있다. 출총제와 순환출자 제한은 기본이다"고 밝혔다.

유력한 대선후보로 등장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저서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에서 "대기업이 순환출자를 없애는 방향이 맞고 이들 기업에게 유예기간을 주되 단호하게 철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돼 신규 순환 출자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순환출자는 A-B-C-A 등의 형태를 갖는 구조로 취약한 총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 십년간 유지돼 온 출자 방식이다.

총수가 작은 지분을 갖는 대신 계열사 지분율을 높여 그룹 전체에 대해 문어발식으로 지배력을 유지하는 기형적인 지배 구조다.

이같은 방식은 주주권이 경영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총수나 총수일가에 의해 왜곡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큰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연관 키워드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