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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엔 늘 가족과 영화 보러가던 아빠였는데..." 故김근태 전 의원 추모행사

[편집자주]


"1년 전 하관식 때 아버지를 보내드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 날 눈이 왔는데 얌전하게 내리는 모습이 아버지가 제 어깨를 두드리면서 위로해주시는 것 같았다. 오늘도 눈이 내리고 있는데 오신 분들 모두 위로 받고 가셨으면 좋겠다"
2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 김근태 묘역에서 열린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1주기 참배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민주주의자'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1주기 추모 행사가 열린 29일 경기도 마석모란공원에는 눈이 내렸다.

김 전 고문의 상징인 '함박웃음'처럼 펄펄 내리는 눈은 아니었지만 딸 김병민씨(30)의 말처럼 묘지를 찾은 사람들을 '괜찮다'라고 쓰다듬으며 내리는 눈이었다.

'나는 정직과 진실이 이르는 길을 국민과 함께 가고 싶다'는 고 김 전 고문의 묘비위로도, '2012년을 점령하라'는 유언을 지키지 못한 많은 야당 인사들 어깨 위로도 조용히 눈발이 흩날렸다.

◇진정성 있는 '휴머니스트'

김 전 고문의 타계 1주년을 하루 앞두고 29일 열린 추모행사에는 부인 인재근 의원을 비롯해 한명숙 전 총리, 강금실 전 장관,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등 야당 인사들과 함세웅 신부 등 천주교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각계 인사들의 발언을 관통하는 단어는 '진정성'이었다.

2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열린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1주기 추모미사에 참석한 고인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추도미사와 추도식이 열렸던 창동성당에서 만난 사위 김동규씨(32)는 "장인어른이 굉장히 진정성이 있는 분이셨다. 결혼하기 전에도 용산집회 등에 제가 모시고 갔는데 그런 분들을 바라보시는 눈빛에서 정말 저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구나, 진심으로 뭔가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정치인처럼 사진 잘 나오는 맨 앞줄에 앉아서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맨 뒷줄에서 촛불 하나를 가지고 계시더라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들을 봤다"며 회상에 잠겼다.

강금실 전 장관도 "김 선배님은 진정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민주주주의자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추도사에서 "약자라는 이유로, 피해자라는 이유로, 정의가 우리편이라는 이유로 사랑을 잃고 말하고 행동할 때 그것이 얼마나 큰 죄를 남기는 지 깨달아야 할 것 같다"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과연 나 자신을, 내 옆의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가. 마음의 사랑을 회복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해준 김근태 선배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성탄절엔 가족과 영화, "검소하라" 말씀하시던 가정적인 아버지

김 전 고문은 평소 자녀들에게 '검소한 생활을 하라'고 강조했고 몸소 실천했다고 한다.

김 전 고문이 생전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고 여의도에서 혼자 식사를 할 때면 돈을 아끼기 위해 뒷골목 분식집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추도식장에서 만난 김 전 고문의 아들 김병준씨(33)는 "아버지가 평소 동생과 저에게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하라'고 늘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어 "대학교 다닐 때도 일주일에 용돈 5만원 정도 받았다"며 "아버지도 의원직 그만 두신 뒤에는 이동하실 때면 늘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정도로 검소한 분이셨다"고 덧붙였다.

추도미사를 진행한 김길남 신부도 "(김 전 고문이)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겸손하고 가난을 실천하며 친절하고 온유한 분으로 평판이 자자하다"고 했다.


'민주주의자' 고 김근태 민주당 전 상임고문 © News1 김태성 기자


딸 김병민씨는 김 전 고문을 따뜻하고 가정적인 아버지로 기억했다.

김씨는 "아빠가 많은 사회활동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성탄절이면 가족과 꼭 영화를 보러갔다"며 "따뜻하고 가정적인 분이셨고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말했다.

또 "늘 '젊은 사람들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오빠랑 제가 너무 자기 사는 데만 매몰돼서 사는 걸 원하지 않으셨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이라고 늘 강조하셨다"고 회상했다.

서울시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오전 10시에 시작한 추모행사는 김 전 고문의 묘역이 있는 경기도 마석모란공원까지 오후 4시가 넘어 끝났다.

이날 행사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500여명의 시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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