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없던 선거…이슈 실종·신인 지옥·온갖 정당 난립


송고 2020-03-27 12:19

유권자 혼란 가중…정당·후보·공약 모른 채 투표소로 갈판
비례정당 '꼼수'에 원내정당만 12개 '사상 초유'…시민단체 "위성정당 등록 취소" 헌법소원도

26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옹진군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섬 지역에 보낼 제21대 총선 투표함을 준비하고 있다. 2020.3.26/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19일 앞으로 다가온 제21대 총선이 과거 선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한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이슈를 흡수하면서 유권자들이 정당과 후보들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어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로 흐르고 있다.

급속한 감염 전파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으로 굳어진 탓에 대면 선거운동이 사실상 가로막힌 정치 신인들은 얼굴을 알릴 기회를 잡지 못해 울상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생소한 제도가 생기자마자 그 부작용으로 '꼼수 정당'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난 것도 유권자들을 더욱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비전도, 정책도, 이슈도 안보이는 선거…정치 신인들 "죽을 맛"

27일 총선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 총선 후보자들은 다음 달 2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게 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총선 판세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면서 여야간 정상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당초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여당으로서는 국정과제의 안정적인 완수를 위한 '안정론'을 내세우고, 야당으로선 그간의 국정을 비판하는 '심판론'으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더구나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예비전 성격도 띠고 있어 여야가 치열한 한판 대결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보다 코로나19 방역 성적표가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를 좌우하고 있다.

여야 정당들은 향후 4년간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에도 과거에 비해 급격하게 손을 놓은 상태이고, 뚜렷한 정책 대결도 보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의 선택을 도울 핵심 이슈도 떠오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지역구에서 출마한 후보들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유권자들의 관심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거리에는 과거 이맘 때쯤이면 돌아다닐 법한 선거운동 차량들도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총선 예비후보자, 정당·예비후보자의 공약에 대한 언론 보도가 지난 총선에 비해 눈에 띄게 줄면서 예비후보자·공약 등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더구나 제1, 2당이 비례전문 위성정당을 꾸리면서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지 않아 신문·TV·인터넷 광고를 하지 않으면서 정당 공약도 쉽게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출범시킨 민주당·미래통합당은 자체 비례대표를 내지 않기 때문에 신문·TV·인터넷에 정당 광고를 할 수 없다.

특히 정치 신인들이 받는 타격은 현역 의원에 비할 바가 아니다. 현역 의원들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인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선거운동이 원천봉쇄되다시피 하면서 먼 발치에서 선거구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SNS 활동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서울 지역 미래통합당의 한 예비후보는 "각종 행사, 모임이 취소돼 얼굴과 공약을 알릴 기회가 없다"며 "SNS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지역 유권자들에게 공약 등이 전달되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더불어민주당의 한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이라 현역 의원보다 한 발 더 뛰어야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접촉이 어려워 출발선부터 크게 뒤떨어진 느낌"이라며 "방역 활동, SNS 활동을 하는 것이 고작"이라고 했다.

다만 앞으로 공식 선거운동 시간이 시작되면 지금보다는 선거운동이 달아오르면서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 꼼수 비례정당 난립에 1석 이상 원내정당만 12개…"이름도 헷갈려"

난립하는 정당들도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27일 기준으로 원내 정당만 12개에 달한다. 민주당·통합당 등 기존 정당에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 등이 가세하면서 1개 의석이라도 보유한 정당은 12개로 늘었다.

원내정당은 현재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민생당·미래한국당·더불어시민당·정의당·우리공화당·국민의당·민중당·기독자유통일당·열린민주당·친박신당 등으로, 정치에 비교적 관심이 있는 사람들조차 그 정체를 알기 어려운 지경이다.

원외 정당의 난립상은 더 심각하다. 26일 기준 선관위에 정식 등록한 정당은 민주당·통합당 등 50개 정당에 달하는데,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민주당·통합당을 제외한 나머지 4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낼 경우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6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는 않겠지만 원내정당들만 봐도 유권자들은 큰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표를 최소화하고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정당들이나 탈당 인사들이 앞다퉈 새 정당을 만든 탓이 크다. 그러면서 오히려 군소 정당의 원내 진출 가능성은 낮아졌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날(26일) 민주당·통합당이 출범시킨 위성정당의 정당등록 취소와 후보등록 거부를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구했다.

경실련은 "이들 정당은 오로지 지지자들에게 비례대표 투표를 유도할 목적으로 설립한 위성정당에 해당한다"며 "민주당은 위법성을 인식하면서도 당리당략을 위해 위성정당을 조직하고 미래한국당은 통합당의 위성정당 단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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